산책

from Hasselblad 500CM 2021. 8. 30. 10:29

 

 

 

혼잡한 자동차 전용도로 옆, 한적한 국도변에 오래된 가옥이 있다.

바로 옆에선 국가산업단지 공사가 분주한데

몇 년을 지나치는 동안 그 집에선 인적을 볼 수 없었다.

햇살이 좋은 아침이면, 그 집 대문 앞으로 볕이 아름답게 드는데

운전 중에 잠깐 스치는 그 모습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.

7월의 맑은 어느날 아침, 

그 집 대문 앞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서 낡은 카메라를 꺼냈다.

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, 대문 앞에서 두 장의 사진을 찍고 난 뒤

빛바랜 붉은 대문을,

벽이 떨어져나간 추레한 흔적들을,

커다란 은행나무와 햇살로 그려진 그림자들을

우두커니 바라보다 뒤돌아 차로 향했다.

 

500cm / cf80 / portra400 / Sejong / 202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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