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혼잡한 자동차 전용도로 옆, 한적한 국도변에 오래된 가옥이 있다.
바로 옆에선 국가산업단지 공사가 분주한데
몇 년을 지나치는 동안 그 집에선 인적을 볼 수 없었다.
햇살이 좋은 아침이면, 그 집 대문 앞으로 볕이 아름답게 드는데
운전 중에 잠깐 스치는 그 모습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.
7월의 맑은 어느날 아침,
그 집 대문 앞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서 낡은 카메라를 꺼냈다.
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, 대문 앞에서 두 장의 사진을 찍고 난 뒤
빛바랜 붉은 대문을,
벽이 떨어져나간 추레한 흔적들을,
커다란 은행나무와 햇살로 그려진 그림자들을
우두커니 바라보다 뒤돌아 차로 향했다.
500cm / cf80 / portra400 / Sejong / 2021